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비 오는 날 카페에서

징검다리2 2009. 12. 8. 15:01

비 오는 날 카페에서/이정하

언제나 그랬듯이
구석자리는 내 차지였지요

 

조용한 음악일수록
더욱더 짙게
내 가슴을 파고들고
난 펼쳐진 신문을
보는 둥 마는 둥
오로지...
그대 오기만을 기다렸습니다

 

오늘은 웬일인지
그대가 늦고
그럴 때면 내 마음은
한 자리에 못 있습니다

공연히 첫잔만 만지작거리며
온갖 걱정에 휩싸입니다
혹시 오다가
무슨 일이 생긴 것은 아닐까

평소에는 꽤나
느긋한 편인 내가
그대에게만은 왜 이렇게
안절부절인지 모를 일입니다

주변에 있던 딴 손님들이
흘끔흘끔 쳐다봐도
어쩔 수 없습니다

 

난 어느덧
반 갑이나 남아 있던
담배를 다 피웠고
마지막 남은 한 개비를
비벼 끄고 있을 즈음,
누군가 나를
내려다보고 있음을 느꼈습니다

아아 그렇습니다
그대는 항상 소리없이 내게
나타났지요

소리없이 내게 다가와
내 마른 가슴을
적셔주곤 했지요
비 오는 날 카페에서...